용산경찰서장이 뒷짐 진 채 느긋하게 걷는 모습 (이태원 참사 40분 후 영상)
2022-11-07 10:12
add remove print link
상황 파악 전혀 안 된 '뒷짐'
관용차 고집에 1시간 날렸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현장 인근에 도착한 뒤 뒷짐을 진 채 이동하는 모습이 인근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혔다. 도로 정체가 극심한 상황에서 관용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 한 시간가량을 허비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현장 통제·관리 후 오후 9시 24분쯤 경찰서 주변 설렁탕집에 도착했다가 23분 뒤 식사를 마치고 관용차로 이태원으로 향했다.
그는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쯤 참사 현장에서 700m 떨어진 녹사평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차량 정체로 더는 진입이 어려워지자 경리단길 등을 통해 우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후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 55분에서 11시 1분 사이에 이태원파출소 근처인 이태원 엔틱가구거리에 다다랐다. 이 전 서장은 극심한 체증으로 더는 차량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곳에서 하차한 뒤 이태원파출소까지 걸어갔다. 참사 발생 이후 40분을 넘긴 시점이다.
당시 인근에 설치된 CCTV에 이 전 서장이 포착됐다.

6일 연합뉴스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서 뒷짐을 진 채 수행 경찰관과 함께 이태원파출소 방향으로 걷는 모습이다. 두 구간은 약 도보 4분 거리다.
이 전 서장이 걸어서 현장까지 갔다면 녹사평역에서 참사 현장까지 거리는 약 700m, 도보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 서장은 관용차를 고집했고 이에 녹사평역에서 앤틱가구거리 등으로 우회 진입을 시도해 1시간가량을 허비하다 결국 11시5분쯤 돼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당도한 것이다. 사고 신고 후 무려 50분 뒤였다.
그는 이후 3층 높이의 이태원파출소 옥상에서 현장을 보며 사고 대응 지시를 내렸다.
이 전 서장은 관용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아 사안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감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서장의 이런 상황 인식 때문에 경찰 지휘부 보고가 줄줄이 늦어진 것이 참사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이 전 서장을 대기발령하고 특별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했다. 이 전 서장은 신고가 들어간 지 5분 만인 밤 10시 2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며 상황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