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도 울었다…” 이태원 유족들 고통스러운 근황
2022-11-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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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좋겠다”
자식 잃은 부모, 형제 잃은 사람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끝나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28일 일부 유족의 근황을 전했다. 배우였던 고 이지한 씨 가족들은 매일 경기 고양시 추모공원을 찾아 이 씨에게 편지를 남기고 있다. 이 씨가 좋아하던 음식도 싸서 온다. 이 씨 아버지는 “시간이 지나면 슬픔의 강도가 덜해지고 점점 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들의 청약 통장을 해지하러 은행에 갔다가 이 씨가 매달 모아둔 청년 저축상품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와 직원 모두 많이 울었다고 한다. 이 씨 어머니는 아들 방에 종일 보일러를 틀어 둔다. 사망 신고도 못 했다. 어머니는 "사망 신고를 하게 되면 지한이가 세상에서 진짜 사라지는 것 같아 차마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고 박가영 씨 어머니도 슬픔에 빠져 있다. 어머니는 아동학대 위험 가정을 방문해 심리상담을 하는 일을 했는데 지금은 그만뒀다. 지인과의 연락도 모두 끊었다. 그는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매일 시계를 보면서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 나는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세월은 의미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거기 간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사람들의 말에 삶의 의지가 꺾였다"며 "가영이를 위해서 분노하고 행동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책임이지만, 지금은 아무런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대전에 있는 딸의 자취방을 정리하다가 또 무너졌다. 그곳엔 아빠가 딸에게 용돈으로 보내준 돈을 차곡차곡 모은 70만 원이 그대로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