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현빈이 탈의한 샤워신 넣은 이유...임순례 감독이 밝힌 속내 [wiki인터뷰②]

2023-01-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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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연출한 임순례 감독 인터뷰
“황정민-현빈 팬들이 기대하는 것을 내가 모르지 않기 때문에...”

인터뷰①에 이어

'교섭' 임순례 감독이 전작과는 결이 다른 액션 비중이 큰 상업 영화를 연출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영화 '교섭'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 / 이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교섭'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 / 이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1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임순례 감독과 만나 영화 '교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현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의 교섭 작전을 그린다.

이 작품은 2007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소재로 만들었다. 23명의 한국인 선교단이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됐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픽션과 실화의 중심에서 포인트를 둔 점에 대해 임순례 감독은 "기본적으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라는 집단에 납치가 됐다. 정부 협상에 의해 한두 명은 목숨을 잃었지만 안전하게 귀국했다. 그런 줄기는 똑같은 것이다"며 "나머지는 외교부의 협상가인 정재호나 국정원 역을 맡은 현빈 배우가 맡은 박대식이나 통역 카심(강기영)은 완벽하게 우리가 허구로 만들어낸 캐릭터들이다"고 밝혔다.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

이어 "그걸 어떤 과정을 통해 디테일을 보여주는 것은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큰 줄기 방향 정도나 하고 나머지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봐주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소재만큼 부담스러웠던 부분은 '교섭'은 임 감독의 첫 액션 연출이라는 것. 이에 대해 임 감독은 "일단 사람을 많이 죽이지 않는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한 명을 죽일 때도 저는 원래 죽이지 말자고 했는데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우리가 악의 축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되게 잔인하게 참수한다든지 이런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면 자극적이다. 액션이라고 할 때도 총을 쏘거나 사람을 죽일 때 이유가 있는 액션을 해보고 싶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임순례 감독은 "액션 영화라는 게 관객들이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거니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은 것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교섭'은 임순례 감독과 황정민이 22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01년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함께했고 황정민은 이 작품에서 조연이었지만 배우로서 조금씩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뜻깊은 작품이었던 것.

'교섭'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 역 열연한 배우 황정민
'교섭'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 역 열연한 배우 황정민

임 감독은 "황정민 배우가 잘 알다시피 굉장히 상업적이고, 액션물로 죽이고, 패고 하는 영화를 주로 해왔다"고 웃음을 자아내며 "나와는 결이 달라서 캐스팅 제안을 할 만한 영화가 사실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영화 같은 경우는, 물론 황정민 배우가 멀끔한 외교관 역할에 맞진 않지만 그런데도 뭔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정재호라는 인물에 의해서 가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 점에서 황정민 배우가 해주면 '힘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고맙게도 기존에 해왔던 역할에도 장르가 다른데도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현빈에 대해 "많은 분이 '어? 현빈이 외교관에 더 어울리고 황정민이 더 돌아이 같은 국정원에 어울린다'고 했다. 현빈에게 새로운 분위기의 역할을 주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황정민-현빈
황정민-현빈
현빈-황정민
현빈-황정민

이어 "항상 아름답고 그런 것만 했는데 좀 더 거칠고, 자유롭고 우리가 늘 보던 국정원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 중동에서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는 한 남자를 보여주고 싶다. 어쨌든 현빈도 비중이 그렇게 크진 않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데도 내 생각엔 황정민이랑 같이하고 싶었던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통역가로 활약하는 카심 역의 강기영도 감초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따뜻한 상사의 모습을 보여준 강기영은 '교섭'에서는 현지에 완벽히 녹아든 카심을 연기하기 위해 아프간의 두 공용어(다리어·파슈토어)를 노래 가사 외우듯 익히는 노력을 기울였다. 카심은 탈레반과 대면을 두려워하고 인질을 원망하는 등 일반인의 현실적인 시선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실감 나게 와 닿는 인물이다.

임순례 감독은 "카심 역의 강기영은 우선 '우영우' 훨씬 전에 캐스팅이 됐다. 이 영화의 어떤 소재나 줄거리를 들으면 현빈이랑 황정민이란 배우가 기본적으로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가벼운 여유를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교섭'서 통역가로 카심 역 열연한 배우 강기영
'교섭'서 통역가로 카심 역 열연한 배우 강기영

이어 "강기영이란 배우를 영화에서 볼 땐 항상 주인공의 친구인데 옆에서 남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코믹한 역할을 주로 해왔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도 '아 저 친구는 뭔가 저거 말고 되게 다른 감성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카심이란 역할이 관객들이 보기엔 단순하게 웃기고 그런 역할일 수 있지만 기존에 강기영이 코믹영화에서 소비되는 역할과는 다른 것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영우'가 잘 된 것을 보면서 '이게 웬 복이냐?'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작품에는 현빈의 외모를 활용한 샤워 장면과 마치 미소년 비주얼이 떠오르는 과거 회상 장면까지 눈길을 끌었다.

임 감독은 이에 대해 "현빈의 캐스팅이 결정되고 나서 어쨌든 배우마다 각자의 브랜드라고 해야 하나. 팬층이 그 배우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황정민 팬과 현빈의 팬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을 내가 모르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화에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활용한 것이다. 당연히 배우가 하기 싫다면 못 하지만 배우도 흔쾌히 해줬다"고 말했다.

현빈
현빈

이어 "현빈이 이 영화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를 원했을 때 현빈도 자기가 외형적으로 어떻게 보여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수염과 헤어스타일, 의상을 꼼꼼하게 고민을 많이 했다. 수염에 대해서 처음에는 여성 관객들이 너무 매끈한 모습만 보다가 수염에 어떻게 반응할까 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봐준 것 같다"며 "액션도 현빈이 '공조'나 다른 영화들의 액션을 많이 하지 않았나. 이번에 같이 간 무술팀들이 항상 현빈과 같이 한 팀들이었다. 거의 현빈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토바이도 좋은 오토바이도 아닌데 운동신경과 액션에 관한 감각이 엄청 좋은 것 같다"고 현빈 액션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임순례 감독은 "큰 작품도 관객이 많이 들면 할 수 있다. '교섭'이 잘 돼서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내가 좀 더 큰 규모를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흥행이 중요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바타 2'를 넘어 예매율 1위에 오른 것에 대해 그는 "유지가 되어야 할 텐데 싶다. 생각보다 관객들이 '교섭'에 대한 기대가 많구나' 생각했다. 설 연휴에 한국 영화, 개봉 날짜가 같은 '유령'도 잘됐으면 좋겠다. 둘 다 완성해놓고 오래 기다렸다. 앞으로 개봉할 한국 영화들도 같은 상황이고, 우리가 스타트를 잘 끊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교섭'은 오는 18일 개봉된다.

home 권미성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