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강박으로 약까지 먹는 봉준호 감독이 작품에서 불안을 다루는 변태적인 방법

2023-02-0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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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되게 불안한 사람”
“어제도 정신과 약 먹었다...”

스스로 극심한 불안·강박 증세를 겪고 있다고 밝힌 봉준호 감독이 작품 속에서 불안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 /뉴스1
봉준호 감독 /뉴스1

봉 감독은 2019년 12월 12일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주최한 영화 시상식 '2019 디렉터스컷 어워즈'에 참석했다.

봉 감독은 "감독님이 불안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궁금하다"는 김보라 감독의 질문에 "전 되게 불안한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봉 감독은 "어제도 신경정신과 약을 먹었다. 불안을 친구처럼 오랜 세월 같이 안고 지내왔다"고 말했다.

(2019 디렉터스컷어워즈) '디렉터스 체어' 봉준호X이병헌X이지원X김보라X강형철 감독 /유튜브 채널 ' DGK한국영화감독조합'

이어 "불안·사랑·공포 등 영화에 여러 정서가 있지 않냐. 그런 것들이 결국 장르와 연결된다"면서 "저는 서스펜스나 불안의 상태를 가장 잘 그릴 자신이 있다. 제가 그 불안감에 100%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보는 이를 불안케 하는 화면을 찍고 싶어 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영화 '기생충'에서 이정은 씨가 비 오는 밤에 다시 돌아와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에서 지하실에 뭘 놓고 왔다고 하지 않냐"며 한 예시를 들었다.

영화 촬영장 모습. (참고 사진) /Grusho Anna-shutterstock.com
영화 촬영장 모습. (참고 사진) /Grusho Anna-shutterstock.com

그러면서 "근데 뭘 놓고 왔는지 다른 사람은 모르지 않냐. 헬게이트가 열리기 직전까지 그 몇 분간의 시간에 그 수상한 사람을 따라 내려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마음 같아선 그런 시간을 1시간 반으로 늘려 한 편의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그런 걸 찍을 때 이상한 영화적 흥분을 느낀다. 하지만 자제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극심한 불안·강박 증세를 겪고 있다고 밝힌 봉준호 감독이 작품 속에서 불안을 다루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 DGK한국영화감독조합'
스스로 극심한 불안·강박 증세를 겪고 있다고 밝힌 봉준호 감독이 작품 속에서 불안을 다루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 DGK한국영화감독조합'

앞서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직후인 같은 해 6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전담하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불안·강박 증세가 심각하다'며 약을 계속 권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직업이 영화 연출이라 혼자 불안하니 늘 콘티를 그리고 어떻게 찍을지 생각하며 강박과 집착을 이겨내고 있다. 불안증의 에너지를 영화 쪽으로 다 분산 투자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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