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하철 역사상 최초… 엄청난 학벌의 외국인이 기관사 됐다 (영상)
2023-03-0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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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골드라인서 근무하는 알비올 안드레스
서울대 나와 대기업 갔으나 꿈 좇아 이직

매일 아침 만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 기관사들이다.
지하철 기관사가 되는 여정은 험난하다.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운전교육훈련기관에서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후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통과하면 겨우 지하철 운영사의 기관사 '지원' 자격이 생긴다.
정식기관사가 돼도 힘겨운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기관사가 단순히 열차 운전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관제사와 운전정보 교환을 통해 앞뒤 열차 간격을 조정하고, 열차 내 차량 고장이 나면 최전방에서 수습하는 등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한다.
내국인도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벽안의 젊은 기관사가 승객들의 주목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알비올 안드레스(37·Albiol Andres) 씨. 그는 국내 1호 외국인 기관사다.
2021년 7월부터 경기 김포 시민들의 ‘발’인 김포골드라인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안드레스 기관사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동료·승객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겨 김포골드라인의 '유명 인사'가 됐다.


모국에서 디젤기관차 기관사로 일했던 그는 한국어 공부를 하며 유학을 준비한 결과 2010년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졸업 후 조선업계 대기업에서 5년간 근무했다. 재직했던 대기업의 근무 조건이 좋았지만 지하철 기관사가 되고 싶은 ‘꿈’ 때문에 이직을 결정했다고 한다.
대뜸 부산교통공사 본사에 찾아가 '우리나라에서 기관사였는데 한국에서 기관사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문을 두드렸고, 영주권자여서 법적으로 문제없으니 시험 보고 한국인이랑 똑같은 과정을 진행하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안드레스는 그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철도특성화대학인 송원대에 입교하게 됐다.
안드레스 기관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운행 중인 열차에 장애 발생 시 응급조치 방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동료들과 공유하고, 직원 연구 발전회를 통해 열차의 구조 및 특성을 연구하는 등 업무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김포골드라인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하는 안드레스 기관사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해 지난해 9월 사장 명의로 표창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