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 알바하며 모은 600만원 기부하고 세상 떠난 여대생, 이런 말 남겼다
2024-07-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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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중에도 연구 학생 등 열심히 학업 활동한 차수현 씨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를 다니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차수현(22) 씨의 선행이 알려져 누리꾼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대장암 투병 중에도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며 모은 600만 원을 사범대학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기 때문이다.
10일 대구대에 따르면 차 씨 아버지 차민수 씨가 지난달 중순 대학을 방문해 딸이 남긴 돈을 대학 발전 기금으로 전달했다.
차 씨는 2021년 대구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입학 직후 진행한 건강 검진에서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선종이 생기는 병으로, 차 씨의 아버지도 20여 년 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했었다.
차민수 씨는 "딸이 저와 같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몹쓸 병을 물려준 게 아닌가 싶어 너무 괴로워서 그 당시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병이었지만, 차 씨는 수술보다는 자연치유를 선택했다.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어 갓 20살이 된 여학생이 감내하기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 씨는 이러한 몸 상태에서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3년간 학업을 이어갔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했고,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던 중 병세가 악화해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께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차민수 씨는 "딸이 4학년 때 하는 교생 실습을 그토록 하고 싶어 했는데 그걸 하지 못해 매우 속상해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차 씨는 지난달 초 22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는 병상에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민수 씨는 딸의 마지막 바람대로 사범대학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600만 원을 대학에 기탁했다.
그는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은 응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차 씨를 기리기 위해 그가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에 있는 한 벤치에 차 씨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