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이 흉기로 이웃 살해' 기사 읽은 한 네티즌이 공개한 전 여친의 이상행동
2024-07-3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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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무섭다고 덜덜 떨면서...”
‘조현병 걸렸던 여친 썰’이란 제목의 글이 31일 인터넷 커뮤니티 SLR클럽에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흉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미행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는 소식을 전한 뉴시스 기사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10년 전쯤 일이라면서 조현병에 걸린 전 여자친구 B씨의 이상행동에 대해 소개했다.
A씨는 함께 함께 쇼핑을 하던 B씨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쫓아가서 붙잡으니 직원이 자기를 감시하면서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전 여자친구는 옷깃 단추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며 무섭다고 덜덜 떨었다. 그러면서 내가 자기를 감시하기 위해 일부러 마트에 가자고 한 건 아니냐고 말했다. 한 시간 정도 붙들고 겨우 달랬다”고 말했다.
B씨는 인터넷으로 청진기를 주문하더니 천장에 대고 윗집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B씨는 윗집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도청하는 것 같다면서 집을 소개한 부동산이 수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집과 윗집이 자신을 감시하려고 이사를 온 것 같다고 했다.
“전 여자친구가 현관문을 열고 ‘아, 나갔다 와야지’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니까 조용히 하라고 한 후에 기다리라고 하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가 5분 정도 지나서 계단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뭐 하냐고 물으니 앞 집에서 자기를 감시하는 것 같아서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B씨는 인터넷에서 조직 스토킹에 관한 글을 끊임없이 검색하며 자신이 조직 스토킹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서에도 두 번이나 찾아갔다. 당연히 경찰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도 한패라고 자기를 타깃으로 집안 전체를 쑥대밭을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여친 집안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큰아버지가 서울대 치과대학 교수였고, 고모부는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를 지냈습니다. 작은아버지는 충청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동물사료 회사 사장이엇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대기업 회장까지 화환을 보냈습니다. 아무튼 자기를 이용해 자기 집안을 무너뜨리는 음모를 펼친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조직 스토킹을 하는 이들이 자기 화장품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여겼다.
“방에서 종일 몸에서 뭔가를 뜯어냈습니다. 아주 작은 피부 각질 같은 거였습니다. 그걸 모아 보여주며 자기가 피부암에 걸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조직 스토킹하는 이들이 자기가 사용하는 화장품에까지 손댄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여자친구 큰아버지한테 부탁해 서울대병원에 가서 피부과 진료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의사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피부도 너무 좋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글쓴이에 따르면 전 여자친구의 의심은 가족에게도 향했다. B씨는 어머니를 조직스토킹 범죄자와 한패라고 소리치며 패악질을 부렸다. B씨 어머니는 글쓴이에게 “외출 후 돌아와 보니 가전제품과 살림살이가 모두 부서져 있었다”라고 말하며 울었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전 여자친구 아버지는 B씨를 데리고 강원도의 한 산골로 요양을 떠났다. 2년 동안의 요양 생활을 통해 많이 호전됐지만, 병원에서는 사회생활을 가급적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현재도 B씨는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생활하고 있다.
글쓴이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충격적인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그때만 하더라도 조현병이라는 단어조차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시기라서 그게 그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3개월 정도 엄청나게 힘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A씨는 “전 여자친구와 3년 전 마지막으로 연락했다”라며 “그대로 시골에서 계속 살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흉기로 이웃을 살해한 K(37)씨를 조사한 경찰은 “피해자가 지속해서 (본인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고 밝혔다. K씨는 전날 잠시 담배를 피우러 집 밖으로 나온 피해자의 이마, 복부, 팔 등에 수차례 도검을 휘둘렀다. 피해자는 목격자 신고로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조현병은 환각, 망상, 행동 이상 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사고 장애다. 우울증 등과 다르게 신경증이 아닌 정신증에 속한다. 현실과 단절, 환각, 그릇된 확고한 신념, 비정상적인 사고와 행동, 감정 표현의 감소, 동기 부여 저하, 정신 기능(인지)의 저하 및 업무, 사회적 관계, 자기 관리 등 일상적인 기능의 문제가 특성으로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건강 문제 중 하나다. 주로 독립심을 키우는 시기의 젊은 층에서 나타난다. 조현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생물학적 소인과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병된다고 추정된다. 예후가 좋지 않은 데다 만성적인 경과를 보여 환자나 가족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지만 약물 요법을 포함한 치료적 접근에 뚜렷한 진보가 있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