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결정은 잘못...무효로 돌려야” 25일 전해진 법원 판결 (+정체)

항의 과정에서 심판을 밀쳤다는 이유로 한차례 징계 처분을 받은 감독이 축구협회로부터 지도자 등록을 거부당한 것과 관련 “무효로 돌려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중앙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부장판사 정현석)는 앞서 지난 16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지도자 등록 거부를 당한 한 대학교 축구팀 A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무효 소송에서 “등록 거부는 무효이고, A 감독은 축구협회 소속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말은 이러했다. 30년 넘게 대학 축구부 감독으로 근무한 A 감독은 2022년 11월 대학축구 U리그 왕중왕전 준결승 경기가 끝난 뒤 주심에게 가서 “1년을 준비했는데 심판을 그렇게 보면 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 심판이 쓴 심판보고서 등에 따르면, A 감독은 심판실로 걸어 들어가려던 주심을 따라가 목과 가슴을 밀치며 “뭐가 그렇게 당당해, 왜 째려봐,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축구협회는 2022년 12월 8일 A 감독에 대한 징계심의를 거쳐 ‘심판에 대한 폭력’ 및 ‘과도한 판정 항의’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징계 기간이 끝난 뒤인 2023년 12월 15일 발생했다. A 감독이 다시 지도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축구협회가 이를 거부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축구협회는 ‘체육회 관계단체로부터 폭력‧성폭력, 승부조작, 편파판정, 횡령‧배임 사유로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에 대해 ‘등록할 수 없다’고 정해둔 축구협회의 등록규정 제34조(지도자․선수관리 담당자 등록)를 근거로 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A 감독은 ‘심판에게 정당한 판정 항의를 한 것으로 징계사유가 없고, 자격정지 1년 및 이후 등록 불가는 과도하니 무효’라며 ‘따라서 징계는 무효이며 현재 지도자 자격이 있다는 걸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곧장 소송을 냈다.

그 결과, 법원은 A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법원은 A 감독의 판정 항의 행위가 “축구협회에서 정한 ‘경기장 질서문란행위’에 해당하고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내린 것도 정당하다”면서도 “‘폭력 등 사유로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처분 받은 경우 지도자‧심판‧선수관리담당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축구협회의 등록규정이 민법 2조(신의성실) 및 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한 법률행위) 위반이라 무효”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에 따른 지도자 등록 거부도 무효”이고, “징계 기간 1년이 지난 현재 A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소속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확인했다.

또 법원은 “축구협회의 등록 규정 상 ‘폭력’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폭력의 정도‧경위‧대상 등을 따지지 않고 결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과 “1년 이상 징계를 받으면 영구적으로 지도자 등록을 못하는, 사실상 제명 처분과 동일하게 되는 것도 매우 부당하다”며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더라도 5년이 지나면 지도자 등록이 가능한 등 다른 결격사유는 등록 제한 기간이 정해져있는데, 심판에 대한 경미한 폭력 1회만 있더라도 영구적으로 지도자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