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가 제주처럼 변하는 이유...이 '해양 생물’이 밝혀냈다
2025-06-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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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바꾼 바다 지도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해수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해양 생태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겨울철에만 보이던 도루묵이 한여름에도 잡히고, 제주 바다에서 제철인 방어가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가장 많이 잡히고 있다.

이런 해양 생물의 ‘북상’ 현상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제주와 남해안에서 주로 서식하던 소라까지 동해 연안으로 서식지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소라의 서식지가 남해안에서 동해 연안으로까지 북상한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해양환경공단이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를 실시했는데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던 소라가 2018년 기준 북위 37도(울진 인근)까지 서식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로 해수온이 상승해 해양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KIOST 연구팀은 해양생물이 북상하는 현상을 소라의 유전적 연결성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KIOST 열대·아열대연구센터 양현성 박사 연구팀은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 조영관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소라의 생리·생태·유전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제주와 동해안에 서식하는 소라가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 종임을 확인했다.
또 KIOST 제주 바이오연구센터 연구팀은 소라 개체군 감소의 주요 원인이 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면역 기능 저하에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기존에는 갯녹음 현상이 제주 해역에 서식하는 소라의 먹이 변화를 일으켜 소라 개체군이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바다 사막화’라고 불리는 갯녹음 현상은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소라는 감태, 미역, 파래 같은 해조류를 주요 먹이로 삼는 대표적인 초식성 연체동물이다. 갯녹음이 발생하면 이러한 부드러운 먹이 해조류가 사라지고, 대신 단단한 석회조류가 바위를 덮는다. 석회조류도 먹을 수는 있지만 영양가가 낮아 성장에 불리한 조건이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라의 먹이 변화는 번식 및 체내 생리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고수온 환경이 소라의 면역 기능을 저하시킨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소라 유생이 대마 난류 등의 해류를 따라 북상하면서 동해 연안에 정착하고 서식지를 확장했을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앞으로 기후에 맞춰 해양 생물이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하는지를 이해하고,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은 해양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해양 생물의 분포 변화 양상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우리 바다의 생태계 관리 및 보전을 위한 기반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