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참사는 왜 누군가의 ‘마지막’이 돼야 하나?

2026-03-2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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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 풍력발전기 화재 사고로 노동자 3명 사망...20년 노후 설비 잇단 사고 '예견된 인재'
영덕군, 원전유치 신청도 미뤄...사망자 혼선 발표 등 재난대응도 '불합격'

이창형/위키트리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창형/위키트리대구경북취재본부장

노동자 3명이 모두 숨진 참사를 낸 경북 영덕군 풍력발전단지 내 발전기 화재사고는 예견된 인재였다.

사망자는 해당 발전기 내부에서 정기 점검중이었으며, 이들 중 한 명은 발전기 아래 지상에서, 나머지 두 명은 추락한 발전기 날개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대피 시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발전기 기둥 하단의 출입구 안쪽에서 발견된 1명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뒤늦게 발견된 2명은 떨어진 날개 내부에서 각각 수습됐다.

점검 작업 중에 스파크(불꽃)가 생긴 탓인지, 전기 합선으로 인한 것이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지만 고소(高所) 작업에 따른 안전조치가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경찰조사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한 영덕풍력발전단지는 2005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며 타워 높이 80m, 블레이드 길이 40m의 발전기 24기를 운용 중이다.

지난 2월 2일, 21호기가 날개 파손으로 기둥이 꺾여 도로 위로 넘어지면서 가동이 모두 중단된 상태였다.

탄소섬유 소재인 날개가 가동 중지 기준에 못 미치는 풍속 환경에서 부서지는 등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총 24기의 발전기에 대한 안전우려는 상존해 있다.

이곳에 들어선 발전기 24기(사유지 10기·군유지 14기)는 2004~2005년 조성됐으며 20년의 설계 수명을 다해 설비 교체 등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점검 작업과 설비 교체 등을 마무리하면 기후부 및 전문가 합동 조사 등을 거쳐 발전단지 재가동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특히 이번 화재는 타워에서 떨어진 불씨로 인해 발전기 주변 야산에도 불이 번지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소방 헬기 11대와 인력 150명이 투입되는 자칫했으면 산불까지 겹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영덕군은 이날 예정됐던 신규 원전 건설 후보 부지 유치 신청을 연기했다.

이날 오후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규 원전 건설 후보 부지 유치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화재 사고 여파로 신청을 일단 연기한 것.

그러나 풍력발전기의 잦은 사고로 원전유치에 대한 군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원전 유치 신청 대상 지역은 영덕읍 노물리·석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원이다.

영덕군의 재난대응력도 부실했다.

최종 작업자 3명이 모두 숨진채 발견됐지만 영덕군은 사고당일 오후 1명의 사망자만 확인된 상황인데도 보도자료를 통해 사망자를 3명으로 확인했다가, 다시 '사망1명, 신원확인불가 2명'으로 정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그 시각 그 높은 곳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는 노동자 2명을 '사망'으로 단정한 이유와 근거는 있었나?

전국적으로 풍력발전기 화재가 빈발하면서 영덕군민들과 관광객들의 불안은 증폭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영덕 풍력발전기 꺾임 사고 8일 뒤 경남 양산시 에덴밸리 인근 야산에서는 2011년 설치된 풍력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과 같은 해 5월에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목장 근처에 있는 풍력발전기와 경북 영천시 화산에 자리한 풍력발전기에서 불이 났다.

기후부는 가동한 지 20년이 지난 노후 풍력발전기, 화재가 발생한 발전기와 같은 제조사 발전기를 대상으로 긴급 안전 점검을 벌이기도 했지만 노후설비 점검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는 왜 예견조차 못했는가?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경위 조사에 나섰다. 당시 작업에 관여한 시공·정비업체 등 관계자 전반을 대상으로 안전 수칙 준수 여부와 관리 책임 구조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 시공 및 정비업체 책임자 몇명이 사법처리되는 것으로 이번 사고가 일단락되어선 안된다. 수사결과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또다른 책임을 져야한다.

대전 대덕구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와중에 영덕군의 풍력발전기 화재 또한 부실한 안전관리에 따른 '참사'란 점에서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우리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아침에 나간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했고, 잦은 참사는 왜 누군가의 ‘마지막’이 돼야 했나?란 질문에 당국은 분명한 책임과 답을 분명히 해야 한다.

home 이창형 기자 chang@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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