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당원주권정당의 길, 정치적 평등과 당원의 선택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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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특별위원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권리당원 1인 1표제 확대, 특정 지역에 대한 투표 가중치 부여, 대의원 가중치 유지, 그리고 원외 지역위원장 단수 지정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언뜻 보면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과연 정당의 주권은 당원에게 있는가, 아니면 특정 직위와 조직, 중앙당 권력에 있는가 하는 문제다.
정당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정치적 평등이다.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당원이라면 누구나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따라서 특정 지역이라는 이유로 더 큰 투표 가치를 부여하거나,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당원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당원주권정당의 원칙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대구·경북이나 강원 등 민주당 열세 지역에 대한 가중치 부여를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 확장 전략의 필요성과 투표권 가치의 차등은 구분되어야 한다.
열세 지역에 대한 지원은 조직 육성, 인재 발굴, 재정 지원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표의 가치를 달리 평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특정 지역의 표를 더 무겁게 만드는 제도가 아니라 모든 당원의 표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대의원 가중치 역시 같은 한계를 가진다.
대의원 제도는 과거 정당 조직 유지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디지털 참여가 일상화되고 당원의 직접 참여가 가능한 시대에는 특정 직위에 추가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부여하는 방식이 계속 정당화되기 어렵다. 당원보다 대의원이 우선하는 구조는 당원주권정당이 아니라 조직주권정당에 가깝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원외 지역위원장 단수 지정 관행이다.
지역위원장은 지역 당원의 의사를 대변하고 지역 조직을 책임지는 정치적 대표자이다.
그럼에도 중앙당이나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사실상 단수 추천이나 단수 지정을 통해 지역위원장을 결정한다면, 당원은 선택권과 평가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특정 인물이 선출되는 결과가 아니라, 당원이 자유롭게 경쟁을 통해 선택하는 과정에 있다. 경쟁 없는 선출은 선출이라기보다 임명에 가깝다.
특히 원외 지역위원장 단수 지정은 정치 신인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중앙당 의존적 정치문화를 강화하며, 장기적으로는 계파 중심의 조직 운영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정치학자 로베르트 미헬스가 말한 ‘과두제의 철칙’은 바로 이러한 순간에 작동한다. 참여가 줄어들수록 권력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정당은 당원의 정당이 아니라 조직 엘리트의 정당으로 변질될 수 있다.
결국 당원주권정당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권한을 당원에게 돌려주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 가중치도, 대의원 특권도, 중앙당의 일방적 지정도 아닌 ‘한 사람, 한 표’와 ‘당원의 선택권’이 민주정당의 출발점이다.
정치적 평등이 보장될 때 참여가 확대되고, 참여가 확대될 때 정당의 혁신과 국민적 신뢰도 가능해진다.
당원주권정당의 미래는 예외와 특권, 임명의 정치가 아니라 평등과 경쟁, 참여의 정치 위에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