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안 된다”… 축구대표팀 불화설에 작심 발언한 ‘한국 축구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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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선수들에게 피해 갈 시점까지 와”

전 축구선수 이천수가 한국 축구대표팀 불화설을 두고 "감독을 바꿔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인 그는 최근 다시 불거진 대표팀 내부 잡음에 대해 작심하고 입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1-4로 패배한 대한민국 손흥민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1-4로 패배한 대한민국 손흥민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0일 이천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끊임없이 나오는 대한민국 국대 잡음'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이천수는 베네수엘라전을 돌아봤다. 그는 "요즘 들어 이렇게 힘없는 경기는 처음 봤다"며 씁쓸해했다.

무기력했던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

베네수엘라와 맞붙은 지난 2일, 한국은 전반 45분이 돼서야 첫 슈팅을 기록했다. 베네수엘라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보다 16계단 아래에 있는 팀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 내내 공격의 실마리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경기 도중에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교체돼 벤치로 들어간 뒤 축구화를 집어 던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김민재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도 "수비수들이 불쌍하다"며 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개인이 빛나기보다 팀이 하나가 돼야 결과를 낼 수 있다"며 "모든 선수가 머리를 처박고 뛰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천수는 이 발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나는 대표팀에 들어오면 당연히 머리를 처박고 뛰었다"며 "그런데 인터뷰 내용대로라면 누군가는 그렇게 뛰지 않는다는 말 아니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인터뷰 첫마디도 너무 셌고, 민재도 많이 흥분해 있었다. 축구화를 던진 것부터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게 운동장 안의 문제인지 밖의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운동에만 몰두하던 선수들이 바깥의 생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여서 좋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이천수가 축구대표팀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 유튜브 '리춘수 [이천수]'
이천수가 축구대표팀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 유튜브 '리춘수 [이천수]'

모레노 감독에 대해서는 선임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짚었다. 이천수는 "모레노 감독은 내부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공개적으로 뽑힌 감독"이라며 "북중미 월드컵 때 문제가 됐던 축구협회장과 감독도 모두 물러났다. 그렇다면 지금 A매치에서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경기를 치렀는데도 활기찬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며 “4-4-2가 아직 낯설더라도 선수들이 예전처럼 신나서 뛸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카타르 때부터 5년 넘게 이어진 이야기"

이천수는 지금의 잡음이 이번 소집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의 리더십만으로 선수단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느꼈다"며 "되돌아보면 카타르 월드컵 때부터 선수단 내부 갈등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천수가 선수단 내부 갈등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유튜브 '리춘수 [이천수]'
이천수가 선수단 내부 갈등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유튜브 '리춘수 [이천수]'

그는 "그 뒤 두 번의 월드컵을 거치면서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벌써 5년이 넘었다"며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뛰어 본 사람 눈으로 보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안에서 하나로 섞이지 못하는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천수는 이런 상황을 두고 "감독으로 누구를 앉혀도 해결이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판 전체가 그렇게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사라진 '허리'… ”이대로면 선수들에게도 피해"

이천수가 가장 크게 짚은 부분은 고참과 후배 사이를 잇는 역할이다. 그는 "내가 대표팀에 있을 때는 중간 역할이 중요했다"며 “2002년에는 워낙 어렸지만 2006년에는 형들을 무시하지 않고 동생들이 까불지 않도록 내가 가운데서 조율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깨졌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의 최고참을 1992년생 손흥민과 이재성으로 본다면, 중간 라인은 1996년생 선수들이다. 김민재,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이 이 세대에 속한다.

전 축구선수 이천수. / 유튜브 '리춘수 [이천수]'
전 축구선수 이천수. / 유튜브 '리춘수 [이천수]'

이천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선수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며 "지금까지는 팬들이 선수들을 지켜줬지만, 이제는 선수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시점까지 왔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잡음은 지난 6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한국은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손흥민과 오세훈의 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의 대표팀 은퇴설이 퍼졌다.

이들이 일부 동료에게 대표팀을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9년째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에게 리더십을 바꿔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어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다만, 황인범이 믹스트존에서 대표팀을 위해 계속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은퇴설은 다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