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0% 고지 코앞인데… 돌연 '방영 중단 청원' 등장한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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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아픔 조명” vs “갑작스러운 전개”… 방영 중단 청원 속 시청률 19.5%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가 파격적인 전개와 역사적 소재 차용으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공식 티저 예고편 중 일부 장면  / 유튜브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공식 티저 예고편 중 일부 장면 / 유튜브 'SBS'

최근 방영된 6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핵심 서사로 다루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거센 찬반 논쟁이 촉발된 가운데 일각의 방영 중단 요구와 제작진의 정면 돌파 의지가 맞물리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6회서 등장한 5·18 민주화운동 서사… 엇갈린 시청자 반응

지난 24일 전파를 탄 '닥터X' 6회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인물인 오상범(하성광 분)의 에피소드가 집중 조명됐다. 작품은 오상범이라는 개인이 겪어낸 비극을 통해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피해자들의 내면에 깊게 새겨진 아픔과 씻기지 않은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메디컬 서사 안으로 끌어들였다.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메인 포스터 /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메인 포스터 / SBS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주요 SNS 플랫폼에서는 해당 방영분을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병원 내 권력 암투를 넘어 잊혀서는 안 될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트라우마를 진정성 있게 조명해 깊은 울림을 줬다"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반면 개연성 면에서 이질감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5회까지 대학병원 내부 부패와 의료 현장의 부조리, 의사 사회의 권력 다툼을 빠른 템포로 고발해 오던 드라마가 갑작스럽게 무거운 역사적 서사를 다루면서 장르적 톤이 튀었다는 지적이다.

논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제도권 청원으로까지 번졌다. 한 누리꾼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을 통해 '닥터X 드라마 방영 중단에 관한 청원'을 제기했다. 청원인은 해당 에피소드가 특정 정치적 견해를 관철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드라마 기획 및 제작 경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청원은 공개 기준인 100명의 찬성을 충족하며 논란의 파장을 입증했다.

논란 정면 돌파 나선 제작진… 이옥규 CP "No fear"

이 같은 여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닥터X'의 연출을 총괄하는 이옥규 CP(책임 프로듀서)의 행보가 세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CP는 6회 방송 당일 자신의 SNS 계정에 '닥터X'의 공식 포스터와 함께 "No fear(두려움 없다)"라는 짧고 강렬한 문구를 게재했다.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공식 포스터 /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공식 포스터 / SBS

이 CP는 해당 게시글에 대한 추가적인 구체적 입장이나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으나 방영 중단 요구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시점과 맞물리며 외압이나 비판에 굴하지 않고 기획 의도대로 작품의 메시지를 완주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격렬한 갑론을박 속에서도 '닥터X'의 흥행 화력은 오히려 거세졌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영된 6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19.5%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닥터X'의 상승세는 방영 초반부터 독보적이었다. SBS의 메가 히트작인 '열혈사제2' 이후 방영된 SBS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첫 회 시청률인 11.4%로 출발을 알렸다. 이어 2회 만에 14.9%로 수직 상승하며 경쟁작인 KBS 주말 드라마 '사랑이 온다'를 제치고 토요일 전체 시청률 1위를 석권하는 동시에 전작의 최고 시청률마저 가볍게 뛰어넘었다.

가파른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4회에서는 18.5%를 찍으며 '원 더 우먼'의 기록을 제치고 역대 SBS 금토드라마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올해 방송된 전체 드라마 중에서도 흥행작 '김부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적에 해당하며 이번 6회에서 19.5%를 찍음으로써 꿈의 시청률로 불리는 20%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수술방의 미친 계' 계수정과 하얀 거탑의 충돌… 독보적 세계관

폭발적인 시청률과 파급력의 배경에는 '닥터X' 특유의 날 선 세계관과 강렬한 캐릭터가 자리 잡고 있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실패도 타협도 거부하는 독보적인 천재 의사가 권력과 결탁한 거대 부조리를 통쾌하게 타파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메디컬 느와르다.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출연 배우 김지원 /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출연 배우 김지원 / SBS

'하얀 가운을 입은 마피아들이 장악한 세계에 등장한 다크히어로 천재 의사'라는 콘셉트 아래 환자를 살려내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적과 맞서며 동료를 얻고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스승이자 유사 가족이 돼 마침내 고통스러운 과거의 자아와 화해해 가는 입체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극의 주인공 계수정(김지원 분)은 '장희숙 의사 용역소개소' 소속의 탑티어 의사다. 일명 '신의 손'이라 칭송받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고독한 늑대 같은 인물이다. 계수정이 세상에서 신뢰하는 유일한 것은 압도적인 수술 스피드와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 섬세하고 예리한 감각, 술기를 경지로 끌어올리는 공감각적 상상력뿐이다.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출연 김지원 스틸컷 /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출연 김지원 스틸컷 / SBS

무모하고 무신경하며 피도 눈물도 없어 보여 원내의 질시와 경외를 한몸에 받는 계수정은 타인의 시선 대신 눈앞의 환자만을 바라본다. 특히 구서대학교병원의 극심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파견되는 조건으로 내건 원칙은 파격적이다. "하지 않습니다"라는 일갈과 함께 회진, 회식, 주임교수 논문 대필, 불필요한 야근 등 의사 면허와 무관한 모든 병원 내 잡무를 단호히 거부한다. 수술의 난도가 높고 위험하며 은밀할수록 몇 배의 보수를 요구하는 그가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절대적인 수칙은 극의 핵심적인 긴장감을 유발한다.

장희숙·부승권…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입체적 호흡

계수정을 든든하게 받치는 주변 인물들의 존재감도 흡인력을 끌어올린다. 이정은이 분한 장희숙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계수정에게 이모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인물이다. 과거 동일한 비극을 공유하고 있으며 밤마다 악몽과 비명에 짓눌려 깨어나는 수정의 방문 앞을 묵묵히 지켜온 견고한 버팀목이다.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출연 배우 이정은 /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출연 배우 이정은 / SBS

내면의 힘과 완력을 두루 갖춘 장희숙은 언뜻 호들갑스러운 속물처럼 보이지만 거친 풍파를 겪으며 축적된 날카로운 직관을 숨긴 타고난 지략가다. 용역소개소를 통해 간신히 얻은 평화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언젠가 어두운 과거가 계수정을 다시 집어삼킬까 두려움에 떨며 뒤를 돌아보는 인물로서 극에 묵직한 인간미를 부여한다.

여기에 손현주가 연기하는 부승권 병원장의 고뇌는 드라마의 깊이를 더한다. 부승권은 모래성처럼 무너져가는 하얀 거탑을 바로 세우기 위해 끝없이 돌을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 같은 인물이다. 뛰어난 수술 실력에도 오직 의사로서 살아가길 바랐던 그는 썩어 문드러진 조직의 굴레 속에서 뜻을 펼치지 못하자 결국 스스로 흙탕물에 손을 담그며 병원장 자리에 올랐다.

권력의 정점에 서서야 부패한 자들의 논리를 이해하게 된 부승권은 계수정이라는 거침없는 존재와 마주하며 자신이 품었던 성실한 꿈의 초라함을 절감한다. 무너지는 돌을 다시 밀어 올리는 형벌과도 같은 나날 속에서도 끝내 병원에서 버텨내야만 하는 그의 처절한 책임감은 계수정의 거침없는 행보와 강렬하게 충돌하며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완성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에피소드를 계기로 방영 중단 청원이라는 암초와 자체 최고 시청률 19.5%라는 폭발적 화제성을 동시에 거머쥔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기세를 몰아 시청률 20% 고지를 넘어서며 새로운 흥행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