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꿀팁] 찹쌀풀 끓인 뒤 '이것'을 해보세요…고춧가루 색과 향이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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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풀은 팔팔 끓이지 않고 중약불에서 저으며 쑤고 완전히 식힌 뒤 양념한다.
가루와 물의 비율, 농도 보정법, 식히는 요령을 국내 주방 기준으로 담았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고춧가루와 젓갈 같은 양념 재료를 고르는 데는 공을 들이면서도, 그 재료를 하나로 묶어 주는 찹쌀풀은 대충 쑤고 넘어가기 쉽다. 풀은 양념이 배춧잎에 고르게 붙도록 돕는 바탕이라 너무 묽으면 양념이 흘러내리고, 너무 되직하면 속이 뭉쳐 버무리기 힘들다. 물과 가루의 비율, 불 세기, 식히는 순서만 정해 두면 풀 때문에 양념이 틀어지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센 불에 팔팔 끓인다고 풀이 잘 쑤어지는 것은 아니다
풀을 쑨다고 하면 센 불에서 팔팔 끓여야 제대로 익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게 끓이면 오히려 덩어리가 생기고 냄비 바닥이 눌어붙는다. 눌은 풀은 양념에 탄내와 거무스름한 알갱이를 남기므로 처음부터 불 세기를 낮추는 쪽이 낫다.
찹쌀가루의 녹말은 물과 함께 열을 받으면 걸쭉해지는 성질이 있다. 불이 세면 냄비 바닥 쪽만 먼저 되직해져 뭉치고 위쪽은 묽은 채로 남기 쉽다. 중약불에서 쉬지 않고 저어 주면 냄비 안 전체가 비슷한 속도로 투명해지고 걸쭉해진다.

가루와 물은 무게로 1 대 8~10이 출발점이다
해외 한식 레시피 사이트 망치(Maangchi)가 정리한 일반적인 김치 풀 기준은 찹쌀가루와 물을 무게로 1 대 8에서 1 대 10 사이로 맞추는 것이다. 물 1kg이면 찹쌀가루는 100~125g이 들어간다(기자 계산). 같은 곳에서는 고춧가루를 얼마나 넣는지, 배추에 물기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레시피마다 차이가 난다는 점도 함께 밝힌다.
그러니 이 범위는 정답이라기보다 시작점이다. 처음 쑤는 집이라면 가운데 값인 1 대 9 안팎에서 출발해 농도를 보며 조절하면 된다. 가루를 컵으로 뜨면 눌림 정도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므로, 가정용 주방저울로 가루와 물을 각각 재는 편이 해마다 같은 농도를 내기 쉽다.
찬물에 먼저 풀고 중약불에서 3~5분 젓는다
순서는 단순하다. 불을 켜기 전에 냄비에 찹쌀가루를 넣고 차가운 물을 부어 가루가 흩어질 때까지 먼저 푼다. 뜨거운 물에 가루를 바로 넣으면 가루 겉면부터 익어 뭉치기 때문에 이 단계는 건너뛰지 않는다.
다 풀렸으면 냄비를 중약불에 올리고 거품기나 주걱으로 바닥까지 훑으며 계속 젓는다. 하얗던 액체가 투명해지고 살짝 걸쭉해지기 시작하면 거기서 3~5분 정도 더 저어 준다. 거품기가 없으면 주걱으로도 충분하고, 바닥이 얇은 냄비보다는 두툼한 냄비가 덜 눌는다.
걸쭉해진 풀은 끓어오르며 튈 수 있으니 긴 주걱을 쓰고, 손목과 소매가 냄비 위로 가지 않게 주의한다. 좁은 주방에서는 가스레인지 옆 도마나 조리 도구를 미리 치워 두어야 젓다가 부딪히는 일이 없다.

숟가락에 묻어나되 천천히 흘러내리면 알맞다
불을 끌 시점은 시간보다 농도로 판단한다. 숟가락으로 떠서 표면이 코팅되듯 묻어나고, 기울이면 천천히 흘러내리는 정도가 기준이다. 숟가락을 들어 올렸을 때 주르륵 떨어지면 아직 묽고, 덩어리째 떨어지면 지나치게 되직한 것이다.
풀은 식으면서 더 되직해지므로 완전히 식은 뒤 한 번 더 농도를 확인한다. 너무 되직하면 식힌 물을 한 큰술씩 넣어 풀어 준다. 반대로 너무 묽다면 마른 가루를 뜨거운 풀에 그대로 털어 넣지 말아야 한다. 덩어리가 지기 때문이다. 소량의 가루를 찬물에 따로 풀어 섞은 뒤 다시 가열하는 것이 맞는 순서다.

넓은 그릇에 펴 완전히 식힌 뒤 고춧가루를 넣는다
가장 자주 어기는 대목이 식히는 단계다. 따뜻한 풀에 고춧가루를 넣으면 고춧가루의 색과 향이 약해질 수 있고, 양념 전체의 온도도 올라간다. 풀은 실온까지 완전히 식은 다음에 쓴다.
식히는 속도를 높이려면 깊은 냄비보다 넓은 볼에 펴 담는 것이 좋다. 표면적이 넓어야 열이 빨리 빠진다. 싱크대가 좁은 아파트라면 찬물을 받은 큰 대야에 볼을 얹어 두는 방법도 있다. 이때 물이 풀 안으로 튀어 들어가지 않게 볼 가장자리를 높게 잡는다.
곡물로 쑨 풀이니 식은 뒤 오래 실온에 두지 말고 바로 양념 작업에 들어간다. 쓰고 남은 풀은 뚜껑 있는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식은 풀에 고춧가루부터 개고 마늘·생강·젓갈을 넣는다
풀이 식으면 고춧가루, 마늘, 생강, 액젓이나 새우젓 같은 젓갈을 차례로 섞는다. 고춧가루를 풀에 먼저 개어 두면 뒤에 넣는 재료가 한 덩어리로 고르게 섞인다. 김치 맛은 고춧가루의 질과 젓갈의 종류, 비율에 따라 크게 갈리고 집집마다 기준도 다르다. 풀이 일정해야 이 변수들을 비교할 수 있다.
생선 젓갈을 빼는 비건 김치라면 액젓 자리에 국간장을 쓴다. 양념이 완성되면 채 썬 무를 섞고, 배춧잎 사이사이 흰 줄기 부분을 중심으로 소량씩 발라 준다. 담근 뒤에는 냉장고에서 2주 정도 두어야 맛이 완전히 든다. 그 전에 먹어도 되지만 풍미는 시간이 지나며 깊어진다.

같은 풀 원리를 깍두기와 파김치까지 넓혀 쓴다
찹쌀풀은 배추김치에만 쓰이는 재료가 아니다. 깍두기나 파김치처럼 양념을 버무려 담그는 김치에는 같은 원리가 통한다. 식힌 풀에 양념을 개어 쓰는 순서를 그대로 옮기면 된다. 다만 재료의 수분량이 다르니 농도는 한 번 확인한다.
배추 포기 수가 많은 김장이라면 큰 솥에 한꺼번에 쑤기보다 두세 번에 나눠 쑤는 편이 젓기 편하고 눌을 위험도 줄어든다. 이때 나눈 냄비마다 가루와 물의 비율을 똑같이 유지해야 풀 농도가 고르다.
마지막으로 해마다 쓰는 가루와 물의 무게, 불에 올려 젓던 시간, 식은 뒤 농도를 한 줄씩 메모해 둔다. 소량으로 먼저 담가 맵기와 간을 시험해 볼 때도 같은 풀을 쓰면 비교가 정확해진다. 이듬해 김장에서 맛이 달라졌다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짚을 단서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