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만 아니었으면…” 박진만이 한국시리즈 직전 꺼낸 한마디, 팬들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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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한국시리즈에서 투수와 신인 타자로 만났던 이강철·박진만 감독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MVP 출신 감독 두 명이 처음으로 마주 서게 됐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과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다. 두 사람은 3일 오후 6시 30분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KBO리그 출범 이후 한국시리즈 MVP 출신 사령탑끼리 우승을 다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시즌 1위 KT와 2위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것 자체도 처음이다. 30년 전 투수와 타자로 마주쳤던 두 사람이 이제는 양쪽 더그아웃을 지휘하게 됐다.
"공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미디어데이 달군 한마디
지난 2일 경기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화제는 단연 두 감독의 과거였다. 박 감독은 "이강철 감독님 공은 오락실 게임에서 보던 공 같았다"며 "들어오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이 지나서도 가장 상대하기 힘든 투수를 물으면 늘 이강철 감독님을 꼽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인 때 타격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강철 감독님만 아니었으면 3할을 쳤을 것"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이 감독은 덤덤하게 받아쳤다. 이 감독은 "신인인데도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해였지만 삼진을 꽤 많이 잡았던 기억이 있다"며 "처음부터 수비가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농담 섞인 신경전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묻어난 장면으로 풀이된다.

1996년 한국시리즈, 무슨 일이 있었나
인연의 출발점은 1996년 한국시리즈다. 당시 해태 타이거즈(현 KIA)의 잠수함 에이스였던 이강철은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5경기에 나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을 기록했다. 16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잡았다.
3차전에서는 선발로 나서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다. 5차전에서는 공 1개로 세이브를 올렸고, 6차전 선발로 5⅓이닝 1실점하며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해태는 이 시리즈로 구단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5차전 장면은 두 사람의 인연을 상징한다. 9회 2사 2·3루 위기에서 이강철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 타석에는 박진만이 있었다. 현대는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대타 이희성을 냈고, 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가 끝났다.
숫자로 본 '신인 박진만'의 가을
고졸 신인이던 박진만은 1996년 정규시즌 115경기에서 타율 0.283(361타수 102안타)을 기록했다. 신인으로는 준수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는 17타수 2안타, 타율 0.118에 그쳤다. 정규시즌 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42% 수준에 해당한다. "이강철 감독만 아니었으면"이라는 농담이 빈말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강철이 받은 MVP 표심도 압도적이었다. 그는 기자단 투표 44표 중 41표를 얻었다. 득표율로 따지면 약 93%에 해당한다.

10년 뒤엔 박진만이 MVP…세 번째 'MVP 감독'은
정확히 10년 뒤인 2006년에는 박진만이 주인공이 됐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화 이글스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25타수 7안타를 쳤고, 3차전 연장 12회 결승타를 때렸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유격수 박진만은 기자단 53표 중 36표를 얻었다.
한국시리즈 MVP는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를 기자단 투표로 뽑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 가운데 KBO리그 감독이 된 사람은 이강철, 박진만, 2012년 삼성에서 MVP를 받고 두산 베어스를 이끌었던 이승엽까지 단 세 명뿐이다.
이강철·박진만은 누구
이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 출신이다. 1989년 해태에 입단해 2005년까지 602경기에서 152승 112패 53세이브,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100탈삼진을 달성한 유일한 투수로 남아 있다. 사령탑으로는 2021년 KT를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박 감독은 '국민 유격수'로 불린 수비의 달인이다. 현대와 삼성, SK에서 1993경기에 나서 통산 타율 0.261, 1574안타, 153홈런을 기록했다. 현대에서 4번, 삼성에서 2번 등 우승 반지만 6개다. 감독으로서는 202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고 삼성의 1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1차전 선발은 '숨은 카드'…관전 포인트
이 감독은 1차전 선발로 외국인 투수 데이비스 대니얼을, 박진만 감독은 최원태를 예고했다. 대니얼은 지난 7월 30일 맷 사우어의 대체 선수로 합류해 정규시즌 10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지만 올해 삼성전 등판은 없었다. 최원태는 정규시즌 24경기 7승 5패, 평균자책점 4.68을 남겼다.
정규시즌 성적은 KT가 앞선다. KT는 90승 5무 49패(승률 0.647)로 1위, 삼성은 83승 3무 58패(승률 0.589)로 2위였다. 다만 상대 전적은 삼성이 9승 7패로 우위였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3.8%다.
두 감독의 과제는 엇갈린다. 이 감독은 3주가량 실전 공백이 있었던 만큼 초반 실점을 막고 타자들이 감각을 찾을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실책 9개가 나온 수비를 다시 다잡겠다고 밝혔다.
숨기지 않은 우승 욕심
박 감독은 30년 전 준우승의 기억도 꺼냈다. 그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며 "우승과 준우승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데이에서 시리즈가 몇 차전에서 끝날지 묻자 KT 측은 6차전, 삼성 측은 5차전을 손가락으로 펼쳐 보였다.
1996년 승부는 투수 이강철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번 시리즈의 쟁점은 30년 전 신인 유격수가 지휘봉을 잡고 설욕에 성공하느냐로 좁혀진다. 1차전 선발 맞대결이 시리즈 흐름을 가를 첫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