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린 순간 창문마저 안 깨진다?… 운전자라면 유리에 적힌 '이것' 꼭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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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침수·추돌 시 창문 통한 탈출 지연 우려
평소 강화유리 위치와 탈출 도구 확인 필요

교통사고나 침수로 자동차 문이 열리지 않을 때는 창문이 마지막 탈출 통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자동차 유리가 비상탈출용 망치로 깨지는 것은 아니다. 충격에 강한 접합유리가 측면 창문에 쓰이면 망치로 내리쳐도 탈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이 4일 발표한 '자동차 비상탈출 장애요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판매 차종 47종 중 36종은 앞좌석 측면 창문에 접합유리를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자 대다수는 측면 창문에도 접합유리가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망치로 내리쳐도 금만 간 접합유리
자동차 창문에 쓰이는 안전유리는 대표적으로 강화유리와 접합유리로 나뉜다. 강화유리는 일정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깨진다. 반면 접합유리는 유리 두 장 사이에 고분자 필름을 넣고 고온·고압으로 압착한 구조다. 유리가 손상돼도 가운데 필름이 파편을 붙잡기 때문에 창문을 뚫거나 사람이 빠져나갈 공간을 만들기 어렵다.

두 유리의 차이는 실제 시험에서도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무게 2.26kg의 쇠구슬(강구)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충격 반응을 비교했다. 낙하 높이는 2m와 5m 및 10m로 구분했다.
2m 높이에서는 두 유리 모두 파손되지 않았다. 5m 높이에서는 강화유리가 깨지며 쇠구슬이 통과했다. 반면 접합유리는 파손됐지만 쇠구슬이 관통하지 못했다. 10m 높이에서는 두 유리 모두 파손과 관통이 발생했다. 접합유리가 강화유리보다 관통에 강한 특성을 보인 것이다.

비상탈출용 도구를 이용한 시험에서도 결과는 뚜렷하게 갈렸다. 시험에는 망치형과 센터펀치형(단일·이중) 및 카드형 등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비상탈출용 도구 4종이 사용됐다.
강화유리는 4종의 도구로 모두 깨뜨릴 수 있었다.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 공간도 확보됐다. 반면 접합유리는 타격 부위에 금만 생겼다. 어떤 도구로도 탈출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소비자원은 침수 사고와 차량 전도 및 다중 추돌사고 등을 차 문 개방이 제한될 수 있는 비상 상황으로 제시했다. 배터리 방전으로 전자식 도어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도 탈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판매 차종 76.6%, 앞좌석 측면에 접합유리 적용 가능
이번 조사는 국내 완성차 6개 브랜드가 판매하는 47개 차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영업용과 특장·화물 차량 등은 제외했다. 접합유리 적용 현황은 2026년 7월 8일 기준이다.
조사 대상 중 앞좌석인 1열 측면 창문에 접합유리를 적용할 수 있는 차종은 36종(76.6%)이었다. 기본 사양뿐 아니라 일부 사양과 선택 품목으로 적용할 수 있는 차종까지 포함한 수치다. 1열과 뒷좌석인 2열 측면 창문 모두에 접합유리를 적용할 수 있는 차종도 25종(53.2%)에 달했다.
특히 12종(25.5%)은 1·2열 측면 창문 모두에 접합유리가 기본 사양으로 장착됐다. 소비자가 강화유리를 따로 선택할 수 없는 구조다. 이 가운데 2종은 뒷유리까지 접합유리를 기본 적용했다. 비상시 창문을 깨고 탈출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소비자가 차량의 어느 창문에 접합유리가 쓰였는지 쉽게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조사들은 카탈로그 등에서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차음 성능을 주로 강조했다. 반면 비상탈출용 망치로도 깨기 어렵다는 설명은 부족했다.
접합유리의 적용 위치도 쉽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정확한 장착 여부를 알려면 제조사의 공식 카탈로그나 가격표에서 세부 항목을 찾아봐야 했다.
소비자 76.5% "측면 창문에 접합유리 쓰이는 줄 몰랐다"
소비자 인식조사에서도 정보 부족이 드러났다. 소비자원이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6.5%(765명)는 측면 창문에 접합유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알고 있다'는 응답은 23.5%(235명)에 불과했다.
비상탈출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묻는 복수응답 질문에서는 '자동차 비상탈출 방법 안내'가 73.2%(732명)로 가장 많았다. '비상탈출 도구 사용법'은 65.3%(653명)였으며 '측면 유리 정보 제공'은 58.9%(589명)로 뒤를 이었다.
개선 요구사항에서도 비상탈출 도구와 안전정보 제공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차량 구매 시 비상탈출 도구 제공'이 74.8%(748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측면 창유리의 명확한 정보 제공'이 55.2%로 나타났다. '측면 창유리 중 1개소 강화유리 적용'은 33.1%였으며 '측면 창유리 소비자 선택권 강화'는 19.4%였다. 해당 문항 역시 복수응답으로 진행됐다.
소비자원, 창유리 표시 개선·탈출 도구 제공 권고
한국소비자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완성차 제조사에 창유리 안전정보 표시를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측면 접합유리를 선택 품목으로 운영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차량 출고 시 비상탈출용 망치를 제공하는 방안도 권고에 포함됐다. 관계 부처에는 접합유리의 특성을 반영한 차량 비상탈출 지침 마련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국내 완성차 제조사 5곳 모두 창유리 안전정보 표시를 개선하겠다고 회신했다. 측면 창유리 선택권 확대는 3개 제조사가 검토 중이다. 출고 시 비상탈출용 망치를 제공하는 방안은 1개 제조사가 검토하고 있다.
내 차 유리는 어떤 종류?… 비상시 탈출 요령
한국소비자원은 차량 내에 비상탈출용 도구를 비치하고 강화유리창 위치를 미리 확인해 둘 것을 당부했다.
유리 종류는 창문 모서리 표기로 구분할 수 있다. 'TEMPERED' 또는 'T'는 강화유리이고 'LAMINATED' 또는 'L'은 접합유리를 뜻한다. 창문을 살짝 내렸을 때 단면이 볼록하면 강화유리이며 오목하거나 소음 저감 기호가 있으면 접합유리다.


비상탈출용 망치는 충격으로 분실되지 않도록 손이 닿는 곳에 고정 보관해야 한다. 실제로 유리를 깰 때는 모서리를 가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망치가 없다면 좌석 머리받침대 하단 철제 막대나 안전벨트 클립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법도 접합유리에는 통하지 않는다. 접합유리는 강한 충격을 받아도 가운데 필름이 파편을 붙잡아 뚫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차량의 뒷유리는 강화유리지만 일부 차종은 뒷유리까지 접합유리여서 차량별 유리 종류와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