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초비상…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앞두고, 오늘(8일) 날벼락 같은 소식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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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AFC, 2만 명 선거인단과 모바일 투표에 우려 표명
축구협회, 오는 9일 예정된 임시총회·이사회 전격 취소
국제축구연맹(FIFA)이 대한축구협회(KFA)의 회장 선거 제도 개편에 제동을 걸면서 올해 안에 새 회장을 뽑으려던 축구협회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8일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전날 축구협회에 공동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협회 정관과 회장 선거 규정 개정안, 선거 제도 개편 등에 관한 의견이 담겼다. 이에 축구협회는 오는 9일 열기로 했던 임시총회와 이사회를 취소하고 FIFA와 AFC의 의견부터 검토하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당초 다음 달 18일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관 개정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연내 선거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새 회장을 뽑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뉴스1에 "임시총회와 이사회가 취소된 만큼 올해 선거는 불가능하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라 내년 3월까지만 선임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이사회를 열어 회원종목단체 회장 선거 기간을 최대 8개월까지 늘릴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친 바 있다.
FIFA, 2만 명 선거인단과 모바일 투표 방식에 제동
가장 큰 쟁점은 선거인단 규모와 투표 방식이다. 축구협회는 정부 주도로 출범한 K-축구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선거인단을 약 2만 명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렇게 늘어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FIFA의 판단은 달랐다. FIFA는 간선제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한 선거인단을 대폭 늘리고 대규모 온라인 투표를 시행하면, 비밀투표 원칙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FIFA는 간선제를 기본 원칙으로 두고 있다. 선거인단을 약 2만 명까지 늘리는 방식을 두고도 비밀 투표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FIFA는 대안도 내놨다. 각 대표 집단의 참여 범위는 넓히되, 회장은 총회를 중심으로 뽑는 방식으로 제도를 고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축구협회의 선거 준비는 이전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협회는 지난 4일 이사회와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회장 선거 관련 정관을 개정하려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면서 오는 9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런데 FIFA의 반대 입장이 드러나자 이 일정마저 무기한 연기됐다.
8월부터 이어진 FIFA의 자료 요청과 경고
FIFA의 이번 제동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FIFA와 AFC는 지난 8월 축구협회에 정몽규 전 회장 사임 이후 선거 제도 개편과 선거 진행 상황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요청했다. 이어 9월에는 FIFA 담당자가 직접 한국을 찾아 현장을 확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일정은 FIFA 내부 사정으로 미뤄졌다.

이후 9월 30일에는 축구협회와 FIFA, AFC가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7월 출범한 혁신위가 축구협회에 권고한 내용을 놓고 논의가 오갔다. 그리고 FIFA와 AFC는 지난달 6일 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FIFA가 요청한 자료는 폭넓었다. 혁신위 회의록을 비롯해 혁신위와 축구협회가 주고받은 문서와 통신 기록 일체가 포함됐다. 또한 혁신위 권고에 따라 축구협회가 준비하던 새 선거 규정과 대한올림픽위원회(KSOC) 규정도 요청 목록에 들어갔다.
특히 FIFA는 공문에서 자료와 정보 검토가 끝날 때까지 개혁 과정과 관련한 축구협회의 추가 조치나 결정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FIFA와 AFC의 정관과 규정에 따라 사안을 신중하게 평가할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요구는 혁신위 권고를 서둘러 받아들이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됐다. 이번 공동 서한에서도 FIFA는 회원 협회가 FIFA 정관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자 개입으로 판단되면 국제대회 출전까지 막혀
FIFA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회원 협회의 독립성이다. FIFA 정관 14조 1항과 19조 1항, AFC 정관 15조 4항에는 각 협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제3자가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3자는 정부와 의회, 정당 등을 모두 가리킨다.
혁신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출범했다. 그래서 축구계에서는 혁신위 활동이 정부의 협회 운영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반면 문체부와 혁신위는 축구협회 선거제 개선이 FIFA 정관상 독립성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켜 왔다. 하지만 혁신위 회의에 문체부 장관과 차관이 참석하면서 제3자 개입 의혹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지성 위원장이 이끈 혁신위는 6차례 회의를 열어 차기 축구협회 선거제도와 선거인단 구성, 대한체육회 규정 개정 등을 논의했다. 7차 회의를 겸한 경청회에서는 유소년 선수 육성 방안을 다뤘다. 그 뒤로는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FIFA가 제3자 개입으로 판단하면, 축구협회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국가대표팀과 프로 구단, 유소년 팀은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다. 다른 회원국 협회와의 교류도 끊기고 FIFA가 지원하는 각종 개발사업과 교육 프로그램, 지원금도 중단된다. 나아가 월드컵 출전은 물론 선수들의 해외 이적까지 모든 활동이 금지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내법상 사단법인이자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다. 또한 공직 유관단체로서 문체부 등 국가기관의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FIFA의 규정을 따라야 하는 처지다.
축구협회는 정몽규 전 회장이 지난 5월 사퇴 의사를 밝히고 7월 공식적으로 물러난 뒤 차기 회장 선출을 준비해 왔다. 정 전 회장은 13년 동안 협회를 이끌었다. 협회 측은 “FIFA의 권고 사항을 반영해 정관 개정과 회장 선거 방안을 더 논의하겠다.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축구협회는 FIFA 권고를 반영한 새 선거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내년 3월까지 회장 선출 절차를 마쳐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