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KTX-산천에 보내는 '하인리히 경고'
2014-06-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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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2월, 경기도 광명역 부근 터널에서 탈선한 KTX-산천 열차 / 사진=연

"KTX-산천 타면 스릴 있어"
[경제산업팀 이동훈-김승일-임재랑] "KTX-산천 타게 되면 스릴 있다. 언제 설지 모르니까…" 이는 개그맨 남희석 씨가 지난 2011년 8월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던 트윗이다.
ktx. 산천 타게 되면 스릴 있다. 언제 설지 모르니까..
— 남희석♥남본좌 (@Brlove12) 2011년 9월 1일
과연 그 후 KTX-산천의 '스릴 있는 상황'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오늘(26일) 오전 11시 40분쯤 동대구역에서 부산역발 서울역행 KTX-산천 234호 열차가 승강문 고장으로 10여 분간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60여 명은 다음 열차로 환승했다. 코레일(@korail1899)측은 해당 열차를 차량정비 사업소로 옮겨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KTX-산천 열차에 대한 안전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운행 4년차, 탈선 비상정차 연착 등 사고 95회, 고장 장애 결함 발견 등 사고 징후 388건'
코레일이 현대로템에 발주, 제작해 하루 24편 단위로 운행 중인 국산 고속 열차 KTX-산천의 안전 현주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톡 등 SNS에는 이런 불안감과 함께 사고나 고장 난 KTX-산천을 탔던 승객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KTX-산천은 타고 싶지 않다'는 불안감을 누구나 가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오늘만 무사히'라는 심정으로 타게 된다는 것이다.
"불안하다" SNS 포스팅들 '하인리히 법칙' 떠올려
"고속으로 달릴 때 확실히 진동이 매우 심하다. 마치 선로 밖으로 튀어나갈 듯이… 빨리 내리고 싶다"
KTX 산천호. 두번째 타는데... 고속으로 달릴때 확실히 진동이 매우 심하다. 마치 선로 밖으로 튀어나갈 듯이.. 빨리 내리고 싶다. ㅡㅡ;;;,
— Hyeontae, Lim (@htrim2) 2014년 4월 19일
"'탈수록 아니다' 라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소형차로 150km 밟을 때의 불안감이라고나 할까? 졸속은 이제 그만…"
Ktx산천은탈수록아니다 라는 느낌이 강하다..마치 소형차로 150km 밟을때의 불안감이라고나할까? 좌우흔들림/소음/브레이크/통로불편..확실히합시다 졸속은이제그만..
— 삼남매 (happinest) (@net2an) 2011년 5월 25일
최근 트위터러들이 KTX-산천 객차 안에서 남긴 트윗들이다. 불안과 불만들이 트위터를 '진동'시키고 있다. 많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보내는 짧은 글들에 담긴 불안과 공포를 담은 포스팅들. 이는 대형 안전사고가 나기 전에 300회의 이상 징후와 29차례의 작은 사고들이 겹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안전사고 법칙의 불문율이 된 하인리히 법칙으로 보자면 KTX-산천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다행히 지금까지 탈선사고들은 역 부근에서 정차를 앞두고 일어났다.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열차의 '떨림'은 승차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철구조물인 열차가 레일 위에서 일어나는 고속 운동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초의 국산 고속 열차인 KTX-산천은 아직 그만큼 불완전하다. 코레일과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실험용 모델인 HSR350X(G7)을 기반으로 무리한 국산화를 추진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과 언론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한 네티즌(crowcop)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렇게 썼다.
"어제 탔던 '산천호'가 심하게 떨렸다. 분명히 기존 KTX보다 신형일텐데 왜 그렇게 시끄럽고 떨리는지 모르겠다"
'주요 사고' 멈춘 2012년 이후에도 여전한 '중대 결함'

[KTX-산천 주요 사고 일지 / 인포그래픽=위키트리]
이처럼 잦은 고장과 사고를 일으키던 KTX-산천은 2011년 2월 11일 경기도 광명역 구내로 진입하기 위해 서행 운전하던 중 몇 차례 덜컹거린 후 탈선하고 만다.
그 두 달 후인 4월에는 서울 발 동대구형 산천호가 유리창이 깨진 채 시속 300Km로 주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어 2012년 3월엔 동대구역을 지나쳤다가 300m 가량 후진해 역주행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기관사는 나중에 "대구역으로 착각했다"며 역주행 이유를 밝혔다.
어제 동대구역에서 [KTX산천]님이 동대구역을 300미터정도 지나치셔서 [역주행]스킬을 사용해서 역주행 하셨습니다. 획득아이템:승객욕과 항의,열차지연
— 길가던사람 (@swj3818) 2012년 3월 23일
KTX-산천의 주요 사고는 2012년 12월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그 이후 중대한 결함들이 지금까지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 23일 철도노조는 기자회견을 갖고 "KTX 산천 주행장치의 이상 마모, 브레이크 디스크의 부분 균열, 감속장치 불량 등이 발견됐다"면서 "거의 모든 곳에 결함이 있으며, 절대 발견돼서는 안 되는 결함들"이라 지적했다.
또한 철도노조는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자료를 인용, KTX 산천 도입 후 지난달 19일까지 총 388건의 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36건은 조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광명역 탈선 사고 현장 / 영상=유튜브 'weitin83']
2011년 광명역 탈선사고 이후 코레일은 같은 해 8월에 이를 제작한 현대로템에 KTX-산천에 대한 리콜을 요청하고 323억 원대의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소송은 현대로템 측의 지체상금(지체 보상금) 반환 소송을 거쳐 쌍방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책임 떠넘기기 공방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많은 국민들의 불안감에도 코레일측은 지난 3일 "KTX-산천의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오늘도 KTX-산천은 시속 300Km로 달리며 하루 8천 700명을 실어 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