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염된 일상 물품은 뭘까 (예상 밖 더러움 주의)
2017-04-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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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론 뭐가 가장 더러울까. 필자가 직접 실험해봤다. 필자의 휴대전화 액정, 3개월 사용한
실제론 뭐가 가장 더러울까. 필자가 직접 실험해봤다. 필자의 휴대전화 액정, 3개월 사용한 수세미, 대소변이 닿는 변기 안쪽 표면, 4개월 사용한 쿠션 퍼프, 3개월 사용한 칫솔, 닦아본 적 없는 마우스 등 6개 생활용품이 그 대상이다.
미생물 오염도 측정기(ATP)를 이용했다. ATP 측정기는 검사 대상의 오염도를 수치화해 보여주는 기기다.
방법은 이렇다. 먼저 실험 대상의 표면을 면봉으로 문지른 뒤 ATP 측정 시약에 면봉을 담근다. 면봉을 꺼내 측정기 안에 꽂아넣으면 화면에 오염도 수치가 뜬다. 면봉에 묻은 미생물은 시약과 반응하면 각각 빛을 내는데, ATP 측정기가 이를 감지해 숫자로 계량화하는 원리다. 수치가 정확히 미생물 개체 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미생물 서식 수준을 보여준다.
6개 물건에 대한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다.
휴대전화 액정(1만8847) > 닦아본 적 없는 마우스(1만0272) > 4개월 사용한 쿠션 퍼프(1만0060) > 3개월 사용한 칫솔(2058) > 3개월 사용한 수세미(1184) > 대소변이 닿는 변기 속(30)
오염도 수치가 가장 높은 물건은 우리가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휴대전화였다. 놀랍게도 대소변이 닿는 변기 속이 가장 깨끗했다.

미생물 오염도 측정기(ATP)를 이용한 실험 결과다. 필자의 휴대전화 액정에는 사무실 변기보다 약 628배 많은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 이하 김도담 기자
검사 결과에 대해 고려대 환경보건센터 서성철 교수는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며 "휴대전화는 사람의 손이 많이 닿는 기기이기도 하고 얼굴과 닿아 유분, 땀 등이 많이 묻기 때문에 오염도가 높다"고 말했다.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평소 휴대전화를 세정제 등으로 자주 닦아야 한다. 또 얼굴과 닿지 않게 사용하는 게 좋다. 휴대전화를 장시간 얼굴 가까이에 대고 통화하면 세균 등이 피부로 옮겨져 여드름 및 피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변기가 00보다 깨끗하다' 식의 각종 실험 결과들이 나오면서 '변기가 가장 깨끗한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직접 실험해본 결과 그 말은 사실이었다.
대소변이 닿는 변기 내부 오염도 측정 결과 30이라는 낮은 수치가 나타났다. 반면 '변기 커버' 오염도가 3152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대소변이 닿는 변기 속보다 변기 커버가 더 더럽다는 말이다.

서 교수는 "물이 고여있으면 오염도가 지속되는데 변기 속은 물이 계속 흐르고 순환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깨끗하다"고 했다. 이어 "사실 변기 커버는 잘 닦지 않고 사용한다. 더러운 물이 튀기도 하고 땀도 많이 묻기 때문에 당연히 오염도가 높다"며 "커버를 한 번만 닦아줘도 오염도가 확실히 준다"고 말했다.
매일 사용하는 수세미도 궁금했다. 음식물 찌꺼기 등이 남아 더러울 거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1184라는 비교적 낮은 수치가 나왔다. 서 교수는 "세제를 쓰기 때문이다. 수세미에는 세제 성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미생물이 번식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내 손이 얼마나 더러운지도 궁금했다. 씻은 지 3시간 지난 필자의 손을 측정했다. 기준치(1500)의 약 118배를 초과한 '17만 7522'라는 엄청난 수치가 나왔다. 휴대전화보다 약 9배 더러웠다.
'손이 이렇게 더러웠다니...' 절망하며 손을 부리나케 씻었다. 손을 씻고 30분 뒤 오염 수치를 재봤다. 1만5157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1시간 뒤에는 3만9002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손만 잘 씻어도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하는 실험 결과다.
사람 손에 대한 ATP 오염도 검사는 식음 업소 종사자 위생 검사를 할때 주로 사용한다. 필자가 사용한 기기는 손 오염도 수치가 1500 미만이면 적합, 1500~3000 사이를 주의, 3000을 초과하면 부적합으로 본다.
다른 이들의 손 오염도도 측정했다. 실험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으나 씻지 않은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오염도 수치가 크게 오른다는 사실은 같았다.

실험자 3인을 대상으로 시간 변화에 따른 손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평소 손을 자주 씻고 얼굴과 입 주변에 손을 대지 않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손을 씻을 때는 비누 거품을 충분히 낸 후 손가락 사이사이와 손톱 주변까지 최소 30초 이상 문지른 다음 헹궈야 한다.
하루 전 먹고 남긴, 개인 물컵에 담긴 물은 어떨까? '그냥 물일 뿐인데'라는 생각도 잠시, 마신 지 하루가 지난 물은 4만6255라는 오염 수치가 나왔다. 이 물은 필자의 휴대전화보다 약 2.5배 더러웠다.
마시다 남은 물에 하루 만에 세균 4만 마리 이상이 증식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임채승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하루 정도 지난 물에는 물 속에 들어간 침과 혼합돼 세균이 증식하게 된다. 병적인 세균이나 독소 같은 것들 때문에 복통이나 심장병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이학태 녹색식품안전연구원장은 "기온이 좀 높아질 경우에는, 한 마리에서 백만 마리까지 증식되는 데 불과 4~5시간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