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염색이 뜬다” 주인이 좋아서 하는 동물 염색... 학대일까 애정일까

2017-06-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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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 셀프 염색을 시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SNS에는 '애견 염색' 인증 사진

최근 반려동물 셀프 염색을 시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SNS에는 '애견 염색' 인증 사진, 셀프 염색 방법 영상 등이 꾸준히 올라온다. 인스타그램에 #볼터치염색, #애견염색, #너구리염색을 검색하면 약 3000여 개가 넘는 게시물을 볼 수 있다.

흰색 말티즈를 키우고 있는 김모(여·26)씨도 반려견에게 '볼터치 염색'을 직접 해줬다. ‘볼터치 염색’은 연지 곤지를 찍은 것처럼 볼 주변 털에 하는 염색을 말한다. 김 씨는 평소 자주 가던 서울 봉천동 한 애견용품숍에서 '동물용 염색약'을 샀다.

김 씨는 "(동물용 염색약이) 1회용, 샴푸 전까지 유지, 지속 기간이 긴 염색약으로 나뉘더라”며 “일반 염색약부터 립스틱처럼 돌려쓰는 펜슬 타입, 젤·초크 타입, 일명 '불어펜'이라고 불리는 불어서 하는 염색약까지 종류가 다양하다”고 했다.

이어 “몇몇 제품은 성분과 주의사항, 사용 방법이 적혀있지 않아 점원에게 물어야 했다. 점원도 사용 방법을 몰라 유튜브나 인터넷에 올라온 사용 후기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한 번 사용하면 지워지는 펜슬 타입 염색약을 샀다. 쉽게 지워진다. 염색약이라기보다는 '동물용 화장품'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동물용 염색약으로 인형에 '볼터치 염색'을 했다 / 위키트리 김도담 기자

김 씨는 '동물 염색' 부작용이 살짝 걱정은 됐다. 그는 "전체 염색은 내가 보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볼터치 염색'은 볼 부분만 살짝 한 거라 괜찮다고 생각했고, 놀이를 하는 것처럼 했다"며 "염색약에 자세한 설명문이 없어서 좀 찜찜하긴 했다"고 말했다.

'염색'에 대한 '찜찜함'은 애견미용사들도 지니고 있다. 애견미용사 최모(여·27) 씨는 "너구리 염색해주세요"라며 애완견을 데려온 고객을 돌려보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과도한 염색 요청은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너구리 염색'은 말 그대로 강아지가 너구리처럼 보이게 하는 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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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ïs Hayden-CreativeGroomer(@anais_hayden)님의 공유 게시물님,

최 씨는 "염색 후 애견 피부가 붉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애견 피부는 사람 피부보다 약하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피부에 자극이 되는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동물학대 논란이 있어도 할 사람은 한다. '너구리 염색'은 몇 년 전부터 유행이고 귀, 꼬리, 볼 부분에 하는 부분 염색 요청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동물용 염색약은 안전한 걸까? 동물용 염색약은 애견용품숍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O사, D사, R사, B사 제품이 대표적이다. 중국, 일본, 국내에서 각각 생산된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동물용 염색약(염모제)은 동물용 의약외품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동물용 의약외품을 판매하려면 농림축산검역본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동물용 염색약은 '동물용 의약외품'이기 때문에 일부 성분만 표기하면 된다. 유해성분 함유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꽤 있다. 실제로 전신을 주황색과 검은색으로 염색해 호랑이처럼 보이게 한 강아지, 모든 털을 핑크색으로 염색한 고양이 등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신 염색으로 인한 패혈증 때문이다.
물론 동물 염색이 괜찮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프랑스 모델 리아 캐트루(Lia Catreux)는 반려견을 여러 색으로 염색시키기로 유명하다. 리아 인스타그램에는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분홍색,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염색한 반려견 사진이 올라왔다. 동물 학대 비판을 받자 리아는 인스타그램에 "두 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서 산 좋은 재료로 염색약을 만든다. 사람에게도 완벽하게 무해하고 염색 방법 또한 간단하다"고 해명했다.
프랑스 모델 리아 캐트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려견 사진이다 / 리아 캐트루 인스타그램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문화일보 칼럼에서 애견 염색 실태를 지적했다.
털 다듬기는 규칙적으로…염색은 자제를

신 교수는 "(염색이) 반려동물을 좀 더 돋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이려는 목적이라 하지만 이는 동물의 건강이나 복지라는 기본을 망각한 행위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염색에 사용되는 염료와 화학성분은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게 할 수 있으며, 염색액이 눈에 들어가는 경우는 각막 등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털 관리에 이어 염색 과정의 긴 시간은 반려견에게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참기 어려운 고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도 "동물은 말을 할 수 없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도 사람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트러블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는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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