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사2' 수현이 맡은 배역이 팬들 사이에서 논란된 이유

2018-09-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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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충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사2)에서 배우 수현(김수현·33)이 맡은 역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수현은 인스타그램에 신동사2 예고편 영상을 올리고 자신이 맡은 배역이 '내기니'라고 밝혔다. 내기니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볼드모트가 키우는 뱀인 동시에 볼드모트가 영혼 일부를 쪼개 보관한 '호크룩스'라는 설정이다.

신동사2에서 내기니는 시간이 흐르면 영원히 뱀이 되는 저주에 걸린 '말레딕투스'라는 존재다. 신동사2 시점에서는 인간과 뱀 모습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해리포터' 본편에서는 뱀 형태로만 등장하는 이유다.

수현이 맡은 배역은 '서커스 스타'로만 언급됐다가 개봉을 앞두고 주요 배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놀라움을 안겼다. 그러나 팬들 사이에선 내기니 설정을 놓고 논란도 일었다.

일부 팬들은 내기니가 본래 인간이었다는 암시가 원작에 전혀 없었다며 억지스러운 설정이라는 불만을 표했다. 마법사 순혈주의자로 설정된 볼드모트가 동양인 여성이었던 뱀을 애완동물로 데리고 다닌 게 설정 충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팬은 트위터에서 원작자 조앤 롤링(Joan K. Rowling·53)에게 멘션을 보내 "당신이 소설을 쓸 때 소수자 대표성을 충분히 포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겠다. 그렇지만 갑자기 내기니를 한국인 여성으로 만드는 건 쓰레기 같다. '깨어있는 척' 하기 위해 대표성을 나중에 갖다붙이는 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인 남성 중심 서사라는 비판을 받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동양인 여성 캐릭터를 억지로 넣으려 조앤 롤링이 무리했다는 지적이다.

조앤 롤링은 이전에도 원작에 묘사되지 않은 뒷이야기나 추가 설정을 풀어놓다가 팬들과 부딪힌 적이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덤블도어가 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양성 포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니 뒤늦게 설정을 붙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앤 롤링은 트위터에서 "내기니는 인도네시아 신화에 나오는 '나가'에서 따온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는 자바인, 중국인, 베타위족 등 수많은 민족 집단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내기니 캐릭터를 인도네시아 신화에서 따왔으니 한국인 배우가 맡는 게 문제없다는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조앤 롤링이 아시아 국가 간 차이를 무시하는 시선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조앤 롤링은 대외적으로는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방하지만, 은연중에 차별적 시선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해리포터' 등장인물 '초 챙'에 대한 묘사가 대표적이다. 동양인 여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드러내며, 이름조차도 동아시아인에 대한 멸칭인 '칭챙총'을 연상시킨다고 비판받았다.

신동사2는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앞선 시간대에 일어난 일을 다룬 프리퀄 영화다. 지난 2016년 '신비한 동물 사전'에 이은 후속작이다. '해리포터' 원작자 조앤 롤링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수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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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