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급 보디빌더' 윤종목이 근육 50kg 단번에 잃어버린 이유

2020-07-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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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사라진 보디빌딩 전설 윤종묵
만성 신부전증 얻은 이후 달라진 삶 공개해

183cm에 110kg 거대한 몸으로 매년 국내외 보디빌딩 대회를 휩쓴 '대한민국 헤비급 자존심' 윤종묵 선수는 지난해 돌연 자취를 감췄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신장병 환우 모임 커뮤니티였다. 그는 왜 '사라져야만' 했을까.

이하 유튜브 '윤종목TV'
이하 유튜브 '윤종목TV'

윤 선수는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윤종묵TV'에 "잃어버린 몸,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신장병 환자를 돕기 위해 만든 유튜브 채널"이라며 "재밌는 콘텐츠도 있고 운동에 대한 재활 트레이닝, 직접 겪어 본 신장병 얘기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윤 선수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온몸을 뒤덮었던 근육은 50kg 가까이 빠졌고 얼굴은 부종으로 퉁퉁 부어 있었다.

자취를 감췄던 그가 왜 이런 변화를 겪게 된 것일까.

'레전드'가 되기까지

어릴 때부터 유도를 한 윤 선수는 유도에서 재미를 찾지 못했다. 폭력적인 훈련 환경은 그에게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그가 운동을 재밌는 것으로 여기게 된 때는 유도를 관두면서부터였다.

그는 현역 제대를 위해 감량을 감행했다. 140kg에서 총 62kg 정도를 뺀 그는 트레이너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성공한 보디빌더'가 되어야만 했다.

2006년 처음 출전한 미스터 인천에서 -85kg급 2위를 한 이후 윤 선수는 대한민국 헤비급 상징이 됐다. 2007년 미스터 서울과 미스터 YMCA에서 +90kg급 1위를 이루고, 2013년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전 체급 챔피언이 됐다. 2014년 NABBA로 소속을 옮긴 뒤에도 3년 연속 세계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를 정상으로 이끈 '생활'은 그를 죽음의 길목으로도 이끌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운 보디빌더 생활은 그의 몸을 망가뜨렸다. 3년간 혈압이 200대로 지낸 윤 선수는 만성 신부전증을 진단받았다. 3~4년 전부터 그는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윤 선수는 "그게 아마 초기 증상이었을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돌연 찾아온 병은 윤 선수를 나락으로 이끌었다. 폐에 물이 고여 소파에 앉아 3일 밤을 새웠다. 아침에 터진 코피가 8시간 동안 멈추지 않기도 했다.

지난 25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윤 선수는 빠르게 병원을 찾지 않았던 데에 "현실을 마주하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인터뷰] “평생 만든 근육을 잃은 낯선 남자가 거기 서있었다” 2013년 머슬매니아 세계챔피언. 2014~2016년 NABBA 코리아 3년 연속 전 체급 우승. 2018년 PCA 프로전 1위. 183㎝에 110㎏의 거대한 몸으로 매년 국내외 보디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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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아틴 수치는 정상범위인 0.8을 넘어 26까지 치솟았다. 혈압은 230을 넘나들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는 말과 함께 윤 선수의 투병 생활은 시작됐다.

윤 선수의 후회는 '가족'이었다. 걱정하는 아내를 달래면서도 32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담배 때문에 아픈 줄 아는 다섯 살배기 딸에게도 미안했다. 그는 다정한 아빠가, 다정한 남편이 되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당시 윤 선수는 "다시 살아나면 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위해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기적을 이식받다

올해 3월 친아버지로부터 신장 이식을 받았다. 윤 선수가 친아버지를 만난 건 20년 만이었다. 어렸을 때 헤어져 한참을 모르고 살던 친아버지는 아들에 신장을 주겠노라 말했다. 윤 선수는 "이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오히려 아버지가 당연한 일이라고 먼저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친아버지 신장은 윤 선수 몸에 기적을 심어주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은 과거가 됐다. 크레아틴 수치와 혈압이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다. 폐에 고인 물이 빠지고 두통도 많이 사라졌다. 윤 선수는 4개월 만에 일상으로 복귀했다.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윤 선수는 다짐을 떠올렸다. 남을 돕지 못한 과거는 천추의 한이 됐다. 그는 '다시는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신장병 환자를 위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신장병 환자들 수술비 지원과 환자들을 위한 운동법 등, 그에게는 남을 도울 만한 힘이 있다. 윤 선수는 새로 얻은 삶에서 그 힘을 쓸 생각이다.

과거를 딛고 일어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좌절의 순간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무서웠어요. 병원에서 못 걸어 나갈 것만 같았거든요.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나와서 아내랑 등산도 가고 자전거도 탑니다. 얼마나 재밌는데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못 이겨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라져야만 했던 윤 선수는 죽음을 딛고 일어났다.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남을 위해 사는 삶을 살겠노라 선포한 그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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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최정윤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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